남큐슈여행 2일차

2018.02.09 21:32

곧 비가 올 모양인지 구름이 가득껴서 별을 보지 못하고 잤다. 10시간을 푹 자고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에 일어났다. 어제 저녁에 온 한국 청년과 먼저 아침인사를 했다. 이미 떠날 준비가 끝난 모양이었다. 나고야에서 워홀을 하고 있고 10개월을 보냈다고 했다. 나도 워홀러였고 일본 워홀에도 관심이 있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큐슈 지방을 여행중인데 유후인과 벳푸는 온통 한국 사람으로 가득하다고 했다. 미야자키는 한국 사람이 적어서 좋다고 했다. 오늘은 모아이 석상을 보고 가고시마로 간다고 하고 떠났다.


나는 무얼하지 고민하다가 나도 모아이 석상을 보러 가기로 했다. 역시 가만히 있을 성격은 아니다. 나갈 준비를 하고 로비로 내려오니까 집 주인이 (그러고보니 이름을 모른다. 물어봐야겠다) 어디 나갈거냐고 물어봐서 선멧세 니치난에 간다고 했더니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준다고 했다. 다이죠부 다이죠부 와따시 걸어갈게요라고 했더니 깜짝 놀라면서 거기 멀다고 버스 타고 가라고 했다. 13키로 정도 됐다. 다리 튼튼해서 괜찮다고 인사를 하고 숙소를 나왔다. 


바다가 시원하게 보이는 테라스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걸음을 시작했다. 해가 예쁘게 따라왔다. 하지만 조금 걷다가 해가 구름안으로 숨었다. 살짝 아쉬웠지만 그래도 좋았다. 인도가 따로 없어서 도로 옆으로 잘 피해서 걸었다. 중간 중간에 마주친 아주머니, 공사하는 아저씨,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며 기분 좋은 걸음을 걸었다. 혹시 추울까봐 옷을 여려겹 챙겨입고 모자에 스카프까지 했는데 걷다 보니 땀이 났다. 


가다가 한 번 길을 헤매고, 어제 만난 자전거 아저씨를 만나서 반가운 얘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고, 해변에서 간식도 먹었다. 편의점이 있으면 음료수를 사려고 했는데 사람이 더이상 살지 않는 동네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런지 편의점이 하나도 없었다. 누군가 머물다 떠난 흔적들만 가득했다. 멋진 경치를 보며, 생기를 잃은 마을을 지나며, 여러 생각들과 함께 3시간정도 걸어서 도착했다.


떠나는 버스 시간표를 핸드폰에 찍어두고 언덕을 올라갔다. 선멧세 니치난은 교토 이토엔 창시자인 니시다 텐코의 유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정보가 거의 없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메이지 말기의 신흥종교라고 한다. 자료를 찾으면서 글을 조금 읽었는데 상당히 감동이 있었다. 선멧세 니치난은 꽤 넓은 공원이었다. 가장 유명한 모아이 석상이 있고 유네스코 세계 유산을 판으로 만들어 전시한 곳도 있다. 방목하여 기르는 가축도 있었다.


해가 쨍쨍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충분히 좋은 시간을 보냈다. 따뜻하게 입고 가서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춥지 않았다. 그리고 보온병에 가져간 차가 식지 않아서 몸을 데울 수 있었다. 광장에 대충 앉아서 파울로 코엘료 글을 읽었다. 코엘료 글은 항상 설렘과 떨림으로 시작해서 벅참으로 끝난다. 내 삶도 그렇게 물들어가면 좋겠다. 영어로 쓰여있어서 느리게 읽었지만 문장 하나하나를 천천히 빨아들였다. 신학을 공부했지만 성직자는 되기 싫고 진짜 꿈을 찾아 떠나는 주인공과 내가 같아서 더 몰입했다. 


돌아가는 마지막 버스가 4시 30분에 있는데 더 읽다가는 비가 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전 버스를 탔다. 미야자키는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 있기 때문에 놓치면 큰일이다. 돌아오는 길은 정말 빨랐다. 20분 밖에 안걸렸다. 어떻게 보면 3시간이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 걸음은 헛되지 않았다. 여행을 하는 나만의 색다른 방법이다. 오래 전 이곳에 머물던 사람은, 그리고 여전히 머물고 있는 사람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낄까? 일본에는 사람이 사는 섬이 약 420개 사람이 없는 섬이 7천여개 된다고 한다. 이 중에 사람들이 찾는 섬은 몇개나 될까? 섬이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고 관광지로 개발되면 사람들에게 알려지겠지만 대부분의 섬은 자연 그대로 살아간다. 그것처럼 이 마을에 사는 사람도 섬처럼 그대로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나의 방문은 그냥 지나치기 쉬운 누군가의 터전을 기억할 수 있는 기록으로 남겼다. 기회가 된다면 더 자세히 알고 싶지만 아직은 실력이 부족하다. 언젠가 소멸하고 있는 것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은 내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지만, 내 사진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소멸해 사라져가도 그것의 시간, 뒤가 아니라 앞을 향해 나아가는 밝은 기운으로 가득한 사진을 찍고 싶다. 아직 남아있는 이 마을 사람들은 분명히 하루하루를 열심으로 채워가는 사람일 것이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행위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확실히 내 취향은 잠시 머물다 떠나는 가벼움으로 매력을 발산하는 관광지가 아님은 분명하다.  


숙소로 돌아오니 주인이 기타를 치고 있었다. 대화를 하다가 나에게 쳐보겠냐고 물어봤다. 내 눈이 그렇게 말했나보다. 나는 기타를, 자기는 우쿠렐레를 가져와서 같이 밥 딜런 노래를 부르며 놀았다. 즐거웠다. 연주가 자연스럽게 대화로 이어졌다. 손님이 없을 때는 서핑을 하며 논다, 나도 여기에 살고 싶다, 지루할거다, 여기 오면 피셔만(어부)이나 영어 선생님을 해라, 등등 사는 얘기를 나눴다. 여름에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대화를 마무리 하고 샤워를 했다. 독일에 있을 때 자주 들었던 김도연의 책읽는 다락방 팟캐스트를 들으며 씻었다. 그 때는 방송을 들으면 위로가 되고 힘이 났는데 지금은 참 그 곳이 그립다.


모든게 스고이했던 하루다.



문 앞 자판기


옥상에서


남국의 이미지


도로 옆 바다


니치난시에 진입


낚시하는 사람들


구름이 가득


낚시하는 사람들


길을 잃어서 폐가로 들어왔는데 살짝 무서웠다


길을 잃고 이어지는 바다, 해변


돌아가기는 싫고 쭉 가다가 집을 발견하고 무단 침입을 했다


천천히 같이 가자던 아저씨는 거짓말쟁이다


문 닫은 타바코


처음 본 신호등


니치난, 미야자키


니치난 푸토 터널


중간지점


터널이 꽤 길고 무서웠다


터널 밖 


누가 쓴 글씨처럼 보였는데 글씨는 아니었다


과거 마을의 흔적


이 지역 빨래판 지형


어느 바닷가


선멧세 니치난 올라가는 길


모아이 광장에서 올려다 본


모+아이 = 미래(에)+산다


제주도 같기도 했다


그네타는 사람


숨어있던 해가 비쳤다


어딜가나 앉아 계시는 니시다 텐코상


내가 걸어온 도로


타이머로 사진찍는 커플


7개 석상은 각자 의미하는 운이 있다. 


친구들과 함께 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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