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큐슈여행 1일차

2018.02.08 17:51

가기 전날까지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다가 결국 인천공항에서 숙소와 교통을 알아봤다. 남은 숙소가 지역마다 단 하나뿐이거나 아예 풀부킹이어서 꽤 난감했다.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그냥 있는대로 숙소를 예약하고 거기에 맞춰서 하루치 동선을 짰다. 지금 숙소에 무사히 도착했으니 다행이지만 출발할 때는 정말 막막했다. 


짐을 쌌는데 뭘 쌌는지 필요한 어느 것도 없었다. 110v어댑터, 이어폰, 속옷, 아이패드 등. 다행히 돈이랑 여권, 책은 챙겼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이번 여행은 전자 기기 사용은 숙소에서만 하기로 결심했다. 면도도 하지 않기로 했다. 저번 제주 여행때도 면도를 하지 않았는데 새로운 경험을 하는 기분이었다. 이번에도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을 느껴봐야겠다.


비행기를 타자마자 잤다. 승무원이 깨워서 눈을 떴다. 창 아래로 사쿠라지마 화산이 보였다. 과학분야는 정말 무지해서 아무리 책을 읽고 읽어도 머리에 남지가 않는다. 어쨌든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활화산이다. 그 옆으로 빛이 멋지게 내려오고 있었다. 빛을 따라 나도 무사히 가고시마 공항에 도착했다.


가고시마 공항에서 미야자키로 가야하는데 버스 표를 뽑는 기계에 표시가 없었다. 옆에 일본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 버스는 예약을 해야하는 버스인데, 다행히 공석이 있어서 버스 기사에게 바로 말하면 된다고 말해줬다. 모르는 사람임에도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통화까지 해서 알아봐주는 친절에 기분 좋았다. 감사인사를 몇 번이나 하고 버스를 기다렸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한국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자전거를 가지고 여행하는 사람이었다. 50대 중반에 담배 찌든 내가 났다. 거만해보이기도 하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처럼 보였다. 겉 모습에 속으면 안되지만 대부분은 속아도 괜찮더라. 내 배낭을 보고 트래킹하러 왔냐고 물어봤다. 그 뒤로 계속 대화를 했는데 어찌나 수다스럽고 가끔 무례하기도 했다. 한국 승객이 둘 뿐이었지만 가끔 얼굴이 화끈거렸다. 내가 예민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 이런 어른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버스에서 좀 자려고 했는데 계속 말하느라 못잤다. 자야겠다고 두 번이나 말했는데도. 이어폰을 왜 두고왔을까 난 정말 바보였다. 미야자키 역에 도착해서 인사를 나누고 나는 기차 시간을 알아보러 역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가려는 역이 작은 역이라서 그런지 보이지 않았다. 창구에 가서 코우치우미역에 가는 표를 사고 우동을 먹었다. 국물이 끝내줬다. 속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일본 사람들은 소울푸드 오니기리를 함께 먹었다. 나도 다음에 오니기리를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야자키 역에서 코우치우미 역까지 한시간 정도 걸렸다. 정말 시골이라서 놀랐다. 대부분 비어있는 집이었다. 옆으로 바다가 있는데 문닫은 가게들도 있었다. 그것과는 상관없이 그냥 걷는 일 자체가 너무 즐거웠다. 행복했다. 날씨도 정말 좋았다. 여기가 바로 남국이구나 생각했다. 오길 잘했다. 역에서 30분 정도 걸어 숙소에 왔다. 뷰가 너무 좋고 방도 깔끔했다. 이왕 아무것도 없으니 아무것도 하지 말고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댑터를 놓고와서 충전기를 빌렸다. 노트북 충전기가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머리만 변경해서 220v를 빼고 110v를 사용할 수 있었다.


샤워를 했다. 물이 정말 좋았다. 뜨거운 수증기 위에 앉아서 마사지를 하고나니 피로가 모두 풀렸다. 주변에 온천이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목욕 후에는 맥주가 딱인데 아쉬웠다. 대신 예쁜 잔에 차를 마셨다. 파도 냄새를 맡으면서, 바람 소리를 들으면서 따뜻한 차에 책을 읽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가끔 듣는 일본 노래를 틀었다. 아이패드가 있었으면 더 음질이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파도가 살랑살랑 흔들더니 책을 보다 밖을 보니 어느새 저 멀리 도망가고 반달 모양으로 해변만 남았다. 자연의 시간은 정말 놀랍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하늘은 점점 보라 빛으로 물들고 있다. 황홀하다.


오늘 여러 명의 일본 사람들을 만났는데 신기하게 일본어로 소통했다. 항상 일본어 공부를 다짐하지만 실패했다. 그래도 다시 도전해봐야겠다. 옆에 있는 코헤이는 서핑을 좋아한다. 편의점에서 뭘 잔뜩 사왔는데 걸어서 20-30분은 가야한다고 한다. 나가기 귀찮다. 오늘 저녁은 그냥 고로케와 당근 케잌으로 때울까 생각중이다.


옥상 뷰가 정말 환상이다. 삼각대를 가져왔어야 하는데 아쉽다. 별이 많이 뜰지 모른다. 여기 가로등도 없어서 별이 아주 잘 보일거다. 오랜만에 별 구경 실컷해야겠다. 사진은 찍기가 귀찮다.


날씨가 별로였다.


굳모닝


미야자키 가는 버스는 0번 플랫폼


무료로 족욕을 할 수 있는 곳


휴게소에서


미야자키에끼데스


역 우동집


1량 기차 타기 전


내려야 하는 기차 역


도착해서


비어있는 가게


남국의 나무


정말 작은 기차 역


태평양


태평양


해안도로


여기 나무들은 북유럽과 다르게 길쭉길쭉하고 끝에 잎이 무성하다


해일이 덮치면 저기로 피하세요


숙소 가는 길


숙소 올라가는 길


방 테라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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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Favicon of http://bosim.kr BlogIcon 보심 2018.02.08 23:16 신고 무작정 떠나셨네요 :) 글을 읽으며 상상만하다가, 사진을 차례로 보니 눈을 감고 시각, 후각으로 음미하기만 하던 풍경과 분위기가 탁 트인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오사카, 교토 여행기가 있네요. 저 3월 초에 2박 3일로 여행을 갑니다. :) 보고 참고하려구요! 아직 여행중이신가요? 모쪼록 큰 계획없이 하릴없이 걸으며 사색하는 여유로운 시간으로 보내주세요. 다치지마시구. 대리만족하겠습니다 ㅋㅋ
  • Favicon of http://yourwings.tistory.com BlogIcon 찌개집알바생 2018.02.09 21:39 신고 글로 상상하셨다니 기쁘네요!
    2박 3일이면 좋을만하면 떠나야하는 그런 시간이겠어요ㅠㅠ 오사카 쪽으로 가시는건가요? 기대됩니다! 저는 건강하게 무사히 돌아가겠습니다. 감사해요:)
  • Favicon of http://fudd.kr BlogIcon 첼시♬ 2018.02.09 01:34 신고 앗, 일본 여행 가신다더니 여기였군요, +_+
    일본여행갈 때는 110V용 어댑터(일명 돼지코 ㅋㅋ)만 챙겨도 돼서 참 편리하죠.
    아무래도 남쪽이어서 그런지 덜 추워보이네요.
    가로수도 이국적인 느낌이에요. :D
  • Favicon of http://yourwings.tistory.com BlogIcon 찌개집알바생 2018.02.09 21:41 신고 네! 남큐슈로 왔어요. 확실히 덜 추워요. 그동안 서울이 굉장히 추웠기도 했지만요.
    정말 돼지코를 챙겼어야 하는데 집 나오면서 생각났어요. 전 바보가 분명합니다...ㅠㅠ그래도 아직까지는 카메라 빼고 탈 없이 충전중입니다:)
  • 2018.02.09 14:36 비밀댓글입니다